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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직전의 날.... 2016.03.16반달
호흡도 제대로 쉽게 못하시는 분이 병상에 누워서 말씀을 하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다. "C목사, 내가 미안해" 순간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아니 뭔 말씀이셔요.. 저한테 왜 미안해 하셔요...아니예요." 짧은 침묵이 흐르고......계속해서 말씀을 하신다. "C목사, 큰 교회 하려고 하지마, 정말 행복한 목회는 시골 작은 교회, 한 100명정도 되는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한 목회야!..." 이 말씀에 빙그레 혼자 웃으며 대답한다. "목사님, 제가 그렇게 보여요? 벌써 목사님께 편지로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요......" 그리고는 다시 힘을 잃고 눈을 감으신다... 자신의 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한국민족을 신자화" 하겠다고 젊은시절 그렇게 꿈꾸며 한 평생을 목사로 사역해온 한 존재가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 앞에서 자식같은 후배 목사에게 하신 말씀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말이 될지를 그 누가 알았겠나......(사실 별세도 이런 당신의 사역의 결과물로써 나온 당신의 후반기 목회 사역의 화두이다...한 사람 한 사람이 죽어야 예수가 산다는 이 별세...) 그분의 이런 말을 들으며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녁을 맞이 하는데...... 그 날 늦은 저녁 병실에서 안사모님의 대화가 복도로 들려온다. '여보, 지금 임종예배 드릴까?" 순간, 복도에 서 있는 나에게 불안이 엄습해 온다. '앗, 지금 여기 목사는 나 혼자밖에 없는데......'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그냥 병실에서 항상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성경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더 더욱이 스승처럼, 그리고 부모처럼 미운정 고운정 들었던 분의 살아 생전 마지막 예배를 내가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안사모님의 소리를 복도에서 듣고 화장실로 급히 몸을 숨긴다... 그리고 나를 찾는 S준목님의 발소리.... "C목사님, 사모님이 이목사님이랑 임종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빨리 C목사님 모셔오라고 하셔요, 빨이 오세요!!" "아니, S준목님, 그냥 가서 나 못찾았다고 하세요." "아~~ 나 지금 못해요...!!!" "아니 지금 여기에 목사는 C목사님 뿐이고 다른 목사님 부르기에는 지금 시간도 늦고 지금 심상치가 않아서 빨리 사모님이 예배 드리고 싶다고 하셔요. 그냥 목사님이 빨리 하셔요.." "흐유~~.. 그럼 혹시 성경있어요? 예배를 (구색을 맞춰) 드릴려면 성경 본문이라도 하나 읽어야 하잖아요.." (그 날 그 예배에 찬송도 하고 성경도 읽었는데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예배를 시작하려는 순간,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할지 머리 속에서 순서를 그려보는데... 아뿔사! 예배의 마지막에 축도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주기도로 끝내야 할 지...... 머리 속이 정신이 없다. '이것이 임종예배라면 축도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내가 이목사님 앞에서 축도를?', '그냥 주기도로 끝내?', '아니야, 그래도 이후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데...', '에이, 모르겠다. 그냥 축도 하자.. 나 이제 한신교회 나왔잖아...' 스스로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예배를 끝내고 마지막 손을 올려 축도를 한다...... 모든 예배를 마치고 스스로 뿌듯하다.. '내가 목사님을 위해서 축도를 해 드렸다. (아마 이후에 그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장로님 두 분이 오신 걸로 기억을 한다.)- 이 분들은 왜왔을까??? 아마 이것은 먼 훗날 다시 말할 기회가 올까????? 그리고 그 날 새벽.....(몇 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시 복도에서 그 날 새벽을 하얗게 지새는데... 갑자기 병실에서 비명과 같은 소리가 난다. "목사님!, 목사님~~!" 간호사와 의사도 뛰어 들어간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도 뛰어 들어가고 나도 뛰어 들어간다.... 침대 옆에 심박기는 이미 "삐-------"소리를 내고 있다. 들어온 의사와 간호사들은 심폐소생기로 전기충격을 몇 번 가한다. 그러나 심박기는 계속해서 "삐---"소리만 낸다. 모든 것은 끝났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심폐소생기를 정리하고 몇 분의 여성 권사님과 집사님들은 통곡하며 목사님을 목메여 부르며 목사님을 팔과 다리를 잡고 흔들고 그 분 위에 엎드려 흐느낀다.... 나는 옆에서 침대 옆으로 나온 이미 차가와진 목사님의 손을 잡고 있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심박기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뚜~ 뚜~ 뚜~" 다시 심장이 뛴다... 어떤 분이 소리를 친다. "목사님이 살아계셔요. 살아나셨어요~~!" 나도 느낀다. 심박기의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하자 마자 이미 차가워 졌던 손에 따스한 온기가 다시 팔에서부터 손끝으로 밀려온다. 그렇지만...... 그 날 늦은 새벽, 힘잃고 조용히 누워 계시던 목사님이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신다. 그리고 허공으로 두 팔을 휘두르시면서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한다. 옆에서 앉아 있던 나는 "목사님 왜요?", "가래 때문에 그러세요?" "화장지드려요?" 하면서 목사님을 품에 안았다. 아무 말도 못하시고 몇번 더 팔을 휘저으시다가 '울컥 울컥' 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 내신다. 검은 회색의 분비물을.... 내 앞 가슴에 다 쏟아내시고 그 분은 그렇게 다시 온 힘을 잃고 축 쳐져 내 품에서 쓰러지셨다. 나는 조용히 그 분을 침대에 눞혀 드리고 옆에 있는 의자에 허탈한 몸을 털썩 떨구었다. '이제 끝이다...!'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비명소리와 의사와 간호사는 왔지만......이번에는 안사모님이 아무것도 못하게 말리신다. "목사님 몸에 아무도 손도 대지 마세요!!" 단호한 안사모님의 외마디에 옆에서 울며 목사님께 달려들어 흔들고 다시 깨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저 흐느끼며 울기만 할 뿐이다. 마지막 안사모님께서 남편을 얼굴을 어루만지신다...   그렇게 그날은 갔다... 그리고 이른 새벽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왔다. 거기에서 다시 공식적으로(?) 임종예배를 드린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살아 계실 때 그 분의 마지막 임종예배를 인도하고 그 분께 직접 축도를 해드렸다는 (함께 했던 세월의 빚청산과 같은) 뿌듯함과 개운함(?)을 간직하며 임종예배에 참여한다...... --시간은 빨리 간다... 점점 흐려져 가는 기억의 파편을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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